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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꼬리 잡힌 국정원의 ‘박원순 문건’ 작성 의혹

등록 2016-08-01 17:32수정 2016-08-01 21:24

2013년 5월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했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란 제목의 문건(일명 ‘박원순 제압 문건’)을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게 사실이라고 1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 당시부터 ‘국정원 작품’이라는 의혹이 매우 짙었는데, 수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정치공작의 꼬리가 잡힌 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사건을 ‘국정원과 관계없다’며 종결 처리해 버렸다니 어이가 없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 문건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흠집내기 위해 국가기관과 보수단체, 전경련 등을 총동원해 다양한 정치공작을 펼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과 경찰은 박 시장 관련 고소·고발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보수단체와 경제단체들은 박 시장의 ‘좌편향 정책’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거나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인 2011년 11월24일 작성됐다고 표시된 문건엔 국정원 2차장 산하 부서에서 생산했음을 뜻하는 고유 표지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공개 직후부터 ‘국정원 문건’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검찰은 2013년 10월 ‘국정원의 기존 문건과 글자 폰트나 형식이 다르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시사인> 보도는 이런 검찰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박원순 시장은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야당 출신의 서울시장을 음해하기 위해 국정원이 나섰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정치개입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앞으로 선거에서 국정원이 또다시 심각한 정치공작을 벌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보기관이 국민 신뢰를 잃으면 활동 기반을 송두리째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사실이라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이번에 다시금 확인됐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이 언론사에 털어놓은 내용을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다는 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국정원 정치개입’을 뿌리뽑을 방안을 국회는 하루빨리 검토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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