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이 다시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 검찰 비리가 전방위적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의 윤리 부재는 이미 위험한 수준이다. 홍만표 전 검사장 사건으로 전관예우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젊은 검사를 자살로 내몬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는 시대착오적인 야만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거액 뇌물 수수로 검찰 부패가 어디까지 퍼졌는지는 더욱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검찰의 권한 남용은 더욱 중대한 비리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국민의당 박준영·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사건 부풀리기와 법원 압박에만 열을 올렸을 뿐 새로운 증거는 전혀 내놓지 못했다. 그러니 다른 의도를 의심받는 것이다. 실제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을 덮기 위해, 혹은 진경준 검사장 기소의 파문을 줄이려 벌인 일이라면 어이없는 권한 남용이다. 앞서 검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유포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을 ‘종북’으로 몰았던 보수단체 간부를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가, 이 시장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으로 재판에 나서야 하는 망신을 당했다. 법원이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이례적으로 밝힐 정도였다면 애초 불기소 처분이 무리했다고 봐야 한다. 어떤 정치적 이유로 기소권을 남용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자체 개혁을 다짐한 것은 이런 따가운 시선 때문이겠다. 하지만 검찰에 자체 개혁 능력이 없음은 이미 확인됐다. 검찰에서 대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검찰은 ‘뼈를 깎는 심정’의 개혁을 다짐했지만 대부분 유야무야됐다. 그 결과가 지금의 참상이다. 스스로 고칠 수 없다면 외부 강제가 불가피하다. 검찰 비리의 근본 원인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검찰 권한에 있는 만큼, 이를 고치자는 개혁에 검찰의 동의를 받을 이유도 없다.
검찰 개혁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그칠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검찰이 한 손에 쥐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검사의 법무부 파견을 중단하는 ‘법무부 문민화’로 법무부의 검찰 통제권을 회복하고, 청와대와 검찰의 연결고리도 차단해야 한다. 검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를 이번에도 이루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한 검찰의 타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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