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은 양파껍질 같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새로운 의혹이 확인된다.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민정수석으로 하루도 더 있어선 안 될 오점들인데, 이제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위법 의혹까지 드러났다. 그런데도 우 수석은 버티고 있다. 국민에겐 짜증과 혐오만, 국정에는 불통과 적폐만 쌓는 꼴이다.
우 수석은 차명에서 실명으로 전환한 배우자 소유의 땅을 공직자 재산신고 때 거짓으로 신고한 것으로 의심된다. <한겨레>가 취재한 사정은 이렇다. 우 수석의 아내가 2014년 말 매입했다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중리 292번지 땅은 애초부터 우 수석 처가가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으로 보인다. 이 땅을 포함해 골프장 안팎 다섯 필지의 땅 주인이었다는 이아무개씨는 실은 우 수석 처가 소유인 기흥컨트리클럽의 총무계장이고, 우 수석 장인의 오랜 측근이었다. 이씨 이름으로 된 땅이 우 수석 처가 회사의 명의신탁 부동산임을 인정하는 법원 결정문도 있다. 2008년 장인 사망 뒤 골프장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우 수석이 이런 사정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우 수석은 지난해 공직자 재산신고 때 자신의 아내가 예금 2억여원을 헐어 이 땅을 1억8500만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차명 부동산을 매입이라고 허위 신고 했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뻔히 사정을 알고도 공직자윤리위를 적극적으로 속이는 것은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다. 진경준 검사장(구속 중)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터다. 상속재산의 실명 전환을 매매로 가장하면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이고, 상속세 탈루에도 해당한다. 이번 경우 탈세 액수는 공시지가 기준으로도 1억원에 가깝고, 그 5~6배인 시가 기준으로 하면 더 커진다. 농지법 위반도 있지만,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는 다른 위법에 견주면 되레 가볍게 보일 정도다.
공직자윤리위가 이 문제를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안의 엄중함 때문이겠다. 특별감찰관도 우 수석 아들의 병역특혜 등 청와대 재직 시절의 비리 조사를 벌이고 있는 터다. 하지만 이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형사처벌의 대상임이 분명한 만큼 이제는 검찰이 적극 나서야 한다. 적당한 선에서 사퇴시키는 것으로 미봉하려 들었다간 검찰의 중립성과 사법절차의 형평성이 송두리째 의심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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