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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방부의 분서갱유식 책 솎아내기

등록 2016-08-05 17:51

국방부가 군대 내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던 도서 5종을 지난 5월말 갑자기 퇴출시켰다. 퇴출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말이 많았는데, 뒤늦게 도서 퇴출 사유라고 내놓은 것이 황당하기 짝이 없어서 이게 21세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군대인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국방부는 해당 도서들이 군의 사기를 저해하거나 정부정책 및 국방정책을 비난하고, 군의 정훈교육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판매중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책들이 판매중지를 당할 만큼 그렇게 문제가 많은 책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방부는 퇴출 도서 가운데 하나인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이 외국의 거액 투자 혜택을 받은 덕’이라고 서술한 것이 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는데,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다. 오히려 빈부격차를 경제발전 저해 요인으로 지목한 피케티의 분석이 보수우파의 눈에 불온해 보인 것이 직접적인 이유라는 의심이 든다. 역시 퇴출당한 <칼날 위의 역사>는 조선시대 국왕의 일상을 다루는 책인데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통령의 행적을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쓴 것이 국방부의 눈 밖에 났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또 김진명의 소설 <글자전쟁>은 방산비리 실태를 건드리고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이 책들이 박근혜 정부와 군에 불편함을 안기거나 수구보수 편향적인 정권 입맛을 거스른 것이 퇴출의 진짜 이유로 보인다.

국방부가 정부의 약점을 지적하는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군인들의 판단력을 우습게 보는 짓이다. 책을 감춘다고 해서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올라갈 리도 없다. 국방부는 편협하고 퇴행적인 검열 행태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 군대 안에서 판매되는 책을 사전 심의하는 관행도 이번 기회에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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