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건설에 ‘낙하산 사장’ 임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사장 후보로 선임했다. 여론의 관심을 피하려고 회의 시간과 장소를 숨긴 채 금요일 오후 늦게 결정하는 얕은꾀까지 부렸다. 박 고문은 ‘친박 실세’인 새누리당 의원이 ‘뒷배’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낙하산 인사로 대우조선을 부실덩어리로 만든 산은과 정치권이 대우건설까지 망가뜨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은 산은의 석연찮은 행동과 무리수로 처음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산은은 지난 6월 내부 공모를 통해 최종면접까지 진행된 사장 선임 절차를 돌연 백지화했다. 그리고 “대상을 외부 인사로 확대하겠다”며 재공모에 들어갔다. 새 지원자들 중 박 고문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이 최종 후보로 압축됐다. 해외건설 비중이 40%가 넘는 대우건설 사장에 해외분야 경험이 전무한 박 고문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자 낙하산 인사 의혹이 불거졌다.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지난달 내부 통신망에서 한 ‘사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90% 이상이 박 고문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치권 개입설까지 나오면서 지난달 20일 예정됐던 최종면접이 뚜렷한 이유 없이 취소되기도 했다.
박 고문의 사장 후보 선임에 대해서는 당장 대우건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박 후보자의 사장 확정을 저지할 것”이라며 “이동걸 산은 회장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대우건설은 연간 매출이 10조원에 이르는 국내 대표 건설사이다. 낙하산 인사로 기업의 부실을 키우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기는 잘못은 대우조선 하나면 족하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 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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