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비서 출신 ‘여당 대표’에 대한 우려와 당부

등록 2016-08-09 20:23수정 2016-08-09 20:31

새누리당 새 대표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의원이 9일 선출됐다. 새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에도 조원진·이장우·최연혜 등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입성했다. ‘친박’의 화려한 부활이라 할 만하다. 총선에서 대통령의 독선과 친박 패권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진 게 불과 100일 전인데, 어떻게 친박 일색의 지도부를 꾸릴 수 있는 건지 우려스럽다. 이런 지도부로 비뚤어진 당-청 관계를 바로잡고 당의 혁신을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려운 시기에 이정현 의원을 새 대표로 선택한 새누리당 당원들의 뜻은 물론 존중돼야 한다. 호남 출신의 이 의원이 영남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대표가 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런 평가를 덮을 정도로, 이정현 대표의 전력과 행동에 대해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정현 새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비서 출신으로 오랫동안 ‘대통령의 입’이라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인물이다. 이 대표 스스로 전당대회장에서 “근본 없는 놈을 발탁해준 박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며 ‘가신’이라 불러도 좋은 정도의 충성심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 대표의 경선 승리에 친박 세력의 조직적 지원이 결정적이었음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이런 전력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지금 시점에 새누리당을 맡았으니 집권여당을 독립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당의 가장 큰 문제인 ‘친박 패권’을 제대로 뿌리 뽑을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건 당연하다. 이정현 대표가 진정 당원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취임 직후부터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을 정도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는 그런 첫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으로 현 정권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애쓰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 지시에 순응하고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든 그걸 합리화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정권 성공을 위한 올바른 길은 아니다. 지난 3년간 새누리당이 그렇게 행동을 해왔기에 4월 총선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면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대통령에게 말하고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집권당의 역할은 대통령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견인하는 것이지,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고 따르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새누리당 새 대표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낼 때 비로소 내년 대선에서 국민 지지를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