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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리 기업인 봐주기’ 사면은 안 된다

등록 2016-08-10 17:12

8·15 광복절 특별사면이 곧 발표된다. 이번에도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기업인들이 여럿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기업과 사회에 큰 피해를 준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이 또다시 ‘없던 일’이 돼버리는 것이다.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이런 일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리 기업인 사면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법부의 재판 결과를 한순간에 무력화하는 것인 만큼,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사면권을 남발했고, 그때마다 비리 기업인을 풀어줬다. ‘경제 살리기’나 ‘경제위기 극복’ 등 정책적 필요가 헌법이 예정한 예외적인 상황일 수는 없다. 비리 기업인 사면이 투자와 일자리,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이 허구라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온 터다. 박근혜 대통령도 진작에 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는 “대기업 지배주주나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에는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는 경제인 특별사면의 기준을 따로 내놓기도 했다.

지금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들이 그런 원칙과 기준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기준에는 최근 6개월 이내 형 확정자, 형 집행률이 부족한 자, 현 정부 출범 이후 비리 행위자, 벌금·추징금 미납자 등은 사면되지 못하게 돼 있다.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등은 이들 기준에 한둘 이상 어긋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미 두 차례나 비슷한 범죄로 특별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고,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 대해선 전직 임원들이 위증 교사 등 부도덕성을 추가로 고발하고 나섰다. 이런 이들에 대한 사면을 국민이 납득하고 합의할 리 만무하다. 비리 기업인 사면에 반대하는 의견이 60%를 넘는 여론조사도 최근 나온 터다.

비리 기업인 사면은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는 특혜일 뿐, 국민통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말한 “희망의 전기”가 될 수도 없다. 그보다는 각종 시국사건 등 지난 정부 이래 누적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포용하는 사면이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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