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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여름 더위마저 불평등하다니

등록 2016-08-12 17:29수정 2016-08-12 17:31

빈곤계층 사람들에게 여름 나기는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좁은 골목에 벌집처럼 붙은 집들은 바람마저 통하지 않아 낮이든 밤이든 한증막이나 다를 바 없다. 반면에 여유 있는 계층은 24시간 가동되는 냉방기 덕에 비교적 쾌적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부자 동네냐 가난한 동네냐에 따라 기온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평등하다면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최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등이 작성한 ‘서울시 열환경 지도’에서 이런 불평등이 분명하게 드났다. 2015년 7~8월의 평균 최고기온을 자치구별로 작성한 이 지도는 강남·송파·서초 등 부유한 자치구가 가장 덜 더운 지역에 속하고, 반대로 종로·성북·영등포구 등이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함을 보여준다. 더 눈여겨볼 것은 강남 3구가 석유·가스·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송파구의 2014년 석유 사용량은 하위 자치구 9곳의 사용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았다. 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부유한 지역이 온난화 피해는 가장 적게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열환경 불평등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도심 녹지 면적을 지목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남·송파·서초구의 녹지 면적은 서울에서 각각 1, 2, 3위를 차지한다. 반면에 종로구와 성북구는 녹지 면적이 강남 3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부유한 지역은 넓은 녹지에 둘러싸여 지열의 영향을 덜 받는 데 반해, 가난한 지역은 에너지도 적게 쓰고 녹지도 적어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열환경에 따른 불이익을 고려해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도시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녹지 공간 확대를 포함해 열환경 불평등을 바로잡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여름철 더위마저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하다면 그런 도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람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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