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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기요금 개편, 누진제 손질 넘어 종합대책 내놔야

등록 2016-08-12 17:49수정 2016-08-12 18:43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여론에 귀를 막아온 정부가 독선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11일 새누리당과 긴급당정회의를 열어 올해 7~9월에 한해 6단계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구간의 폭을 50㎾h씩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를 통해 평균 19.4%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당들은 “애들 껌값 수준의 찔끔 인하”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정선을 놓고 여야의 추가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별개로 정부 여당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전기요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야당들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누진제 사태’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듯이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혼란을 막고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처방이 불가피하다.

먼저 2004년 이후 10년 넘게 그대로인 현행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 보급 확대와 1인 가구 급증 등 경제·사회적 변화를 면밀히 따져 누진구간과 누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일부에선 아예 누진제 폐지나 대폭 완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무분별한 전기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바른 방향이 아니다. 전기를 물 쓰듯 펑펑 쓰는 일부 부유층의 부담까지 줄여줄 이유는 없다. 에너지 절약은 여전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누진제의 전기 사용 억제 효과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전기 과소비는 발전소 증설로 이어지고 미세먼지 증가와 원전 안전, 핵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분야에서 더 큰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산업용·상업용 전기에 대한 과소비 억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과 업소에서 전기를 낭비하는 원인이 된다. 20대 대기업에 연간 1조원 넘게 돌아가는 전기요금 감면 혜택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필요하다면 폐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더 거둬들인 요금으로 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에 적용되는 교육용 전기요금도 문제가 많다. 표면적으로는 산업용·상업용 전기요금보다 낮게 책정돼 있지만 요금 산정 방식 탓에 실제로 적용되는 단가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냉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이들이 무더위 속에서 공부하느라 생고생을 한다. 저소득층의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바우처(전기 이용권) 지급을 늘리고 전기요금 감면 혜택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근본 대책을 제대로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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