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대주주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진해운이 파국을 피하려면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다음달 4일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을 내놔야 한다. 채권단은 7천억~9천억원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한진해운은 4천억원 이상은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상화 방안 마련에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한진해운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데도 회사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최 회장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몰염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최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사망하자 경영을 맡았다. 최 회장의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고 급기야 2014년 유동성 위기에 빠져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한진해운이 기울어가는 동안 최 회장은 16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게다가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긴 뒤에도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한 유수홀딩스를 통해 매년 140억원의 임대료를 챙기고 있다. 또 계열사인 싸이버로지텍과 유수에스엠 등은 여전히 한진해운과의 거래를 통해 거액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 회장과 두 딸은 지난해 배당으로만 싸이버로지텍으로부터 5억5천만원, 유수홀딩스로부터 5억3천만원을 챙겼다. 최 회장 일가의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해 1900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 일가는 ‘먹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사실이 공개되기 직전에 27억원 규모의 보유 주식을 매각해 1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총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기업 부실의 부담을 국민 전체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 대주주들이 그들의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여야는 23~25일 ‘조선·해운업 부실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연다. 국회는 대주주들의 잘못을 분명히 따지고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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