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7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책임이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현지 주민과 ‘협의’를 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사드 문제와 관련한 정부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성주의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35일 전인 지난달 13일이다. 이후 정부는 국민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기보다는 배치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여론전에 치중했다. 성주 주민들이 하루도 빼지 않고 항의 촛불집회를 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날 간담회장 안팎에서도 주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한 장관은 정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대화 물꼬를 트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사드 문제 해법과 관련해 성산포대가 아닌 제3후보지론이 거론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16일 이를 공론화했고, 성주 지역 안보·보수 단체 등도 제3후보지 검토를 촉구했다. 17일 간담회에서도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제3후보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급한 바 있으나 이후 정부는 ‘성산포대가 최적 장소’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제3후보지는 사드 문제 해법이 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전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주 주민 대부분도 사드의 성주 배치가 아니라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
사드 문제가 지금처럼 꼬인 주된 이유는 정부가 섣부르게 배치를 발표한 데 있다. 미국은 폭넓은 미사일방어망 구축의 한 부분으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추진해왔다.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잠재적국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한 사드가 배치된 곳은 전략적 대결의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북한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서두를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일부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경우 미국이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주장을 한다. 한-미 동맹이 그렇게 허약하지 않거니와 사드 배치 작업을 본격화하기 전인 지금 결단을 내리는 게 후유증이 작다. 갈수록 커질 나라 안팎의 갈등과 부작용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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