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감찰하고 있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언론에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찰 조사 종료를 앞둔 터이니 참으로 공교롭다. 그런 주장의 진위도 석연치 않거니와 그 노리는 바도 의심스럽다.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했다면 특별감찰관법 위반이다. 하지만 그런 누설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설령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을 감찰 대상으로 한다거나 감찰 시한이 19일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감찰 내용 누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라 우 수석에 대한 감찰은 수석비서관 재직 중 비위행위로 한정된다. 우 수석을 둘러싼 숱한 의혹 가운데 이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아들의 병역 특혜와 가족회사를 통한 재산신고 축소 및 세금회피 의혹 정도다. 이는 감찰 시작 때 이미 다 보도된 공지의 사실이다. 1개월 안에 감찰을 마치도록 법에 정해졌는데 감찰 시한이 비밀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이를 감찰 내용 누설이라고 몰고 간다면 특별감찰관을 흔들고 조사 결과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주장의 경위도 따져봐야 한다. 이 특별감찰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건 전화 통화건 실제로 접촉이 있었다면 더 문제다. 그런 대화가 있었더라도 당사자가 대화 내용을 제공했을 리 없으니 대화 자료를 누군가 몰래 입수한 게 된다. 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언론사 내부 전산망을 해킹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 불법일뿐더러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그런 짓을 저지를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그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 수석은 온갖 비리 의혹과 거듭되는 사퇴 압박에도 귀를 닫은 채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 그가 자리를 지키는 동안 개각까지 발표됐으니 ‘버티기’도 성공하는 듯하다. 그런 때에 우 수석에 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특별감찰관 조사를 문제 삼는 주장이 나왔다. ‘우병우 지키기’ 시도 아니냐는 의심은 당연하다. 이런 식의 본말전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 때도 사건의 몸통 대신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만 문제 돼 기소됐다. 언제까지 그런 꼼수와 음모가 통할 수는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