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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청문회 피하려 ‘추경 철회’ 말하는 정부·여당의 무책임

등록 2016-08-21 17:51

지난달 2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조선·해운업 부실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추경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마저 내비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고 무책임한 태도다.

기왕 추경을 하기로 했다면 서둘러 확정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말은 옳다. 하지만 정부가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추가로 쓰겠다고 요청할 때는 먼저 겸허한 자세로 그 배경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번 추경은 조선산업 부실 확대로 불가피해진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조선업계 종사자 고용안정 지원 등이 핵심 내용이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가 추경 편성 목적에 맞게 예산안이 짜였는지 따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사태가 빚어진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새누리당도 청문회 개최에 동의하고, 22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한 뒤 청문회를 열기로 야당과 합의했던 것이겠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에만 집착하고, 청문회는 형식적으로 끝내버리려고 한 데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다른 은행을 제치고 대우조선해양 등에 거액의 여신을 몰아줬다가 부실이 커져,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 세금을 잡아먹는 처지가 됐다. 청문회에서는 국책은행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런 의사 결정을 사실상 지휘한 이른바 ‘서별관회의’는 어떤 구실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당시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증언에 나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극구 피함으로써, 감추고 싶은 잘못이 그만큼 크다는 의심만 더 키우고 있다.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려고 갖은 애를 써도 모자랄 판에, 빨리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제출한 추경안의 철회 가능성까지 들먹이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급하다는 주장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말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 야당은 정부·여당의 억지에 놀아나선 안 된다. 추경안 통과의 거수기 구실에만 그친다면, 여소야대의 야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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