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을 둘러싼 비리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전국 1만1천여 초중고교에 급식을 납품하는 2415개 생산유통업체와 274개 학교를 대상으로 4개월여 벌인 실태점검 결과다.
경기도의 한 식재료업체는 곰팡이가 핀 일반감자를 수질검사도 받지 않은 부적합 지하수로 씻어서 친환경 감자와 섞은 뒤 유기농 감자 또는 무농약 감자라고 속여 도내 50여 학교에 납품해왔다고 한다. 다른 업체는 값싼 냉동육을 비싼 냉장육으로 속여 40여억원어치나 팔았고, 소독업체에 건당 1만~1만5천원씩 수수료를 주고 가짜 소독증명서를 받은 업체도 38곳이나 됐다. 유통기한을 조작하고 영양사들에게 상품권 등 리베이트를 제공해온 업체도 여럿이다.
한마디로 생산·유통에서부터 시작해 음식이 아이들 식탁에 올라갈 때까지 비리와 부정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먹을 것 갖고 장난치는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밑바닥까지 퍼졌을 뿐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러는 건 더더구나 뿌리뽑아야 한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해왔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번 결과는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미심쩍은 곳’만 임의로 선정해 조사한 것이니 실제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터진 서울 충암고 급식비리를 비롯해 지난 6월 대전 한 초등학교의 불량 급식에 이르기까지 학교급식 비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폭염 속에 서울·부산·대구·경북 등 전국 5개 중고교에서 모두 700여명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런 비리 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23일 45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157건은 행정처분하겠다면서 학교급식 만족도 평가 결과 및 비리 적발 내용 누리집 공개와 시도별 식재료 정보공유 등 몇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런 정도의 통상적 조처만으로 과연 뿌리깊이 박혀 있는 비리 구조의 먹이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급식 비리는 우리의 미래를 좀먹는 파렴치한 범죄다. 비리 업체는 아예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하고도 특별한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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