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에도 33조6천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폭의 증가다. 가계부채 통계 발표에 맞춰 정부가 25일 종합대책을 다시 내놨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지 않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늘리는 핵심 원인인 건설경기 부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이번에도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급증을 이끌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2년과 2013년 3%대에 머물렀으나 2014년 10.2%, 지난해 8.9%에 이르렀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뒤 대출 규제를 거의 없애고, 정부의 통화완화 압력을 받은 한국은행도 다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춰 대출 증가에 불을 붙였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설 경기는 호황이다. 아파트 분양이 급증하고, 집값 상승에 따른 불안감과 투기심리가 겹쳐 사려는 사람도 많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공급 조절’을 대책에 포함했다고 강조한다. 엘에이치공사의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지난해의 12만8천호 분량에서 올해 7만5천호 분량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분양 물량이 줄어야 대출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급을 줄여 주택가격이 오른다면 이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택지 공급을 줄이기보다는 주택에 대한 가수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 주택 공급이 저절로 줄어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주택시장에 분양권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매를 규제하는 게 마땅했으나 대책엔 넣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것이 중도금 집단대출인데도, 이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도입하지 않았다. 단계적인 도입을 검토한다니, 다음에 내놓으려고 아껴놓은 것인가. 정부는 현재 주택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표현했다. 공급과잉 움직임이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는 염려뿐이었다.
우리 경제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했는데, 그 절반이 건설투자 증가에 의한 것이었다. 가계는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 내수 소비는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건설경기로라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 침체라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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