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체제의 궁극적 과제는 정권교체다. 당의 정체성 확립, 조직 재정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관리 등 새 지도부가 해 나갈 작업의 최종 목적지는 정권교체다. 더민주의 새 지도부, 특히 추미애 신임 대표의 어깨는 실로 무겁다.
추 대표는 주류 진영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앞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압도적 지지’에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는 물론 5명의 권역별 최고위원, 부문별 최고위원까지 모두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독식했다. 일종의 ‘친문 친위 지도부’가 출범한 것이다. 어떤 조직이고 과도한 힘의 쏠림 현상이나 특정 세력의 싹쓸이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당면한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더민주 안에서는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의 8부 능선까지 올라갔다’는 말이 나온다. 당 후보직을 거머쥘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 후보의 대세론 확산은 대선 후보의 경쟁력 제고와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과가 뻔한 경선 레이스에 다른 대선 주자들이 선뜻 뛰어들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도 벌써 나온다. 흥행에 실패한 당내 경선, 맥빠진 후보 선출 과정이 본선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과거 정치사가 잘 말해준다.
따라서 추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공정한 경선 관리’ 차원을 뛰어넘는다. 기계적인 의미의 공정한 경선 관리 정도로는 경선의 역동성을 기대할 수 없다. 상식을 뛰어넘는 신선하고 발랄한 경선 규칙, ‘반전’의 묘미가 살아나는 경선 과정,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역학 구조 마련을 위해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추 대표에게는 ‘경선 관리’가 아니라 ‘경선 창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당내 화합과 내부 통합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과제일 것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친문 인사 일색으로 짜인 만큼 특단의 노력이 요청된다. 비주류 인사들의 폭넓은 기용은 물론이고 경선 과정에서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한 추 대표의 진심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
당의 정체성 확립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추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선명하고 강한 야당’을 표방한 만큼 당의 진로가 이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와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선명함이나 강함 자체가 아니라는 점은 명심했으면 한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정확히 제시하고, 한발 앞서 의제를 선점해 여론을 주도하며, 정부·여당 정책에 대한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수권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믿음을 얻는 일이야말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힘을 쏟아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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