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2007년 여름 연 5.25%였다. 경기 후퇴에 따라 금리를 슬슬 낮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나자 그해 연말엔 연 0~0.25%까지 끌어내렸다. ‘제로 금리’ 시대를 7년간 이어간 뒤, 연준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나 홀로 회복’을 맛보고 있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이사회 의장은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 여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오는 9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속도가 문제일 뿐 정해진 일인 것 같다. 지난해 12월 처음 인상 뒤 곧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등으로 미뤄져왔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기축통화인 달러 유동성을 줄이면 세계 각국 금융시장이 크든 작든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에서 자본 이탈이 가속하면 우리나라 수출 여건이 더 나빠질 것이다.
외국인 자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외화보유액이 많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1천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외화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 이롭지만은 않다. 수출 경쟁국들의 통화가치도 달러에 견줘 함께 약세를 보일 때는 환율이 오른다고 우리나라 수출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좋아지겠지만 가계는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지게 된다. 환율의 불안정성은 경제주체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이런 때는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무엇보다 중시해야 한다. 외국 자본이 급격하게 이탈하지 않도록 정책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은행은 2014년 이후 5차례 기준금리를 낮췄다. 여전히 경기가 나쁘니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는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거꾸로 금리를 낮추는 일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과 건설 붐을 부르고 가계부채를 팽창시켜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불안요소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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