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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 구실’ 외면하고 쥐어짜기에만 힘쓴 예산안

등록 2016-08-30 17:36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3.7% 늘어난 400조7천억원 규모로 짰다. 액수는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지만 증가율이 최근 5년간의 총지출 평균 증가율(5%)을 크게 밑돈다. 내년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치(4.1%)보다도 낮다. 수출과 민간소비 부진으로 인한 경기 침체의 장기화, 양극화와 빈곤의 확산,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장단기 과제에 대처하기에는 지극히 역부족인 예산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한다. 확장적이란 표현은 당치 않다. 재정 건전성만 염두에 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세 수입이 8.4%, 총수입이 6.0% 증가하지만 지출 증가율은 3.7%로 억제함으로써, 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올해의 2.4%(추가경정예산 포함)에서 1.7%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재정 상태가 매우 건전하고,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대응의 부작용도 크니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러 국제기구의 권고와는 정반대다.

정부는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8.2% 줄이고 일자리 및 저출산 관련 예산을 늘렸다고 한다.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율을 최근 5년간 평균 8.5%에서 내년에 5.3%로 낮춘 것은 정책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액수로는 지난해보다 6조6천억원 많은데, 이 가운데 2조6천억원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액 자연증가분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오히려 쥐어짰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행정·교육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대폭 늘렸다고 정부는 설명하는데, 교부세와 교부금은 국세에 연동된 것이니 생색낼 일도 아니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면서 담뱃세 인상 등 ‘서민 증세’와 ‘복지 억제’를 추진해왔다. 올해 세제 개편안과 내년 예산안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력 소비자에게 세금이 귀착되는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으로 5천억원 가까이 세수를 늘리고, 세출은 각 부처의 재량지출 10% 일괄삭감 등으로 억제하는 것이 뼈대다. 나라가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을 때 훗날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국회는 이를 고려해 예산안을 신중하게 심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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