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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한민국 국회까지 우롱하는 옥시의 오만함

등록 2016-08-30 18:13수정 2016-08-30 18:16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영국 본사가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옥시 본사 책임자들이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9일 연 청문회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했다. 한국 법인 임원들만 출석했다. 그동안 책임 회피와 거짓 해명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의 분노를 산 옥시 본사가 이젠 대한민국 국회까지 우롱하고 있다. 독성 실험 결과 은폐 등 옥시 본사의 개입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습기 살규제 청문회가 열린 29일 국회 정문 앞에서 피해자와 가족, 시민단체 회원들이 옥시 영국 본사의 증거 조작 은폐와 청문화 불참을 규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가습기 살규제 청문회가 열린 29일 국회 정문 앞에서 피해자와 가족, 시민단체 회원들이 옥시 영국 본사의 증거 조작 은폐와 청문화 불참을 규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옥시의 국정조사 방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옥시 본사는 지난 22일 국정조사 특위와 영국 현장조사를 합의해놓고도 돌연 비공개를 요구해 무산시켰다. 또 지난달 31일엔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자·가족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배상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청문회에 나온 옥시 한국법인 대표와 전무도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들은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주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특히 영국 본사의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본사의 결정에 대해서는 대신 답변할 수 없다”고 피해 갔다. 옥시의 법률대리인으로 독성 실험 결과 은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도 다르지 않았다. 김앤장 쪽 증인으로 나온 장지수 변호사는 대부분의 질문에 “재판을 진행 중인 의뢰인이 관련된 사안이라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보다 못한 우원식 위원장이 “국회 모욕 행위로 책임을 묻겠다”며 장 변호사를 퇴장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31일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공식 발표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4261명이 피해를 신고했고 이 중 20%인 853명이 사망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256명이며 사망자는 112명이다.

국정조사 특위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국회가 국정조사 특위를 만들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조사하는 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사과한 뒤 “20대 국회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우원식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그만하면 됐다’라고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남은 기간 동안 옥시를 비롯한 가해 기업들은 물론 관리·감독 부실로 사태를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정부에 대해 서도 책임을 철저히 묻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배상안을 만들어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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