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검사·변호사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법 불신이 극에 달했다.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사건,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 김수천 부장판사 뇌물수수, 김형준 부장검사 스폰서 의혹 등 몇 달간 불거진 사건만으로도 어지럽다. 연고주의와 전관예우 폐습에 더해 스폰서와 뇌물에 휘둘리는 법조인의 모습에선 책임감과 도덕성을 찾을 수 없다. 인권의 수호자, 민주주의의 보루여야 할 법조와 사법에 대한 불신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위기다.
그동안 반복했던 대책으로는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청렴성에 대한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도 법관의 명예도 없다고 말했다. 전국법원장회의에선 대책도 나왔다. 하지만 사과와 대책으로 윤리의식이 저절로 높아지진 않는다. “고귀한 명예의식과 직업윤리에 관한 굳은 내부적 결속”만으로 비리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법원은 자성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때뿐, 비리는 다시 터졌다. 이번 회의에서 나온 대책도 현실의 여러 한계를 확인한 게 고작이니 대책이라고 할 것도 없다. 발상을 전환해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검찰은 더하다. 검찰은 8월31일 ‘법조비리 근절 및 청렴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다짐이 무색하게도 쉬쉬하며 밀쳐뒀던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이 곧바로 터졌다. 7일 특별감찰팀 투입이 발표됐지만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비리 사건 때마다 감찰조직 강화와 근절 대책이 반복됐는데도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면 ‘자체 개혁’을 고집하거나 개인적 일탈만 탓할 일이 더는 아니다. 애초 검찰에 과도한 권한이 몰린 탓에 이런저런 검은 유혹이 끊이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수술을 맡겨야 한다.
법조비리 해결도 여기서 출발한다. 잇따른 검사 비리의 근원이 수사권과 독점적 기소권을 한손에 쥔 비대한 검찰 권력에 있다면 그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개혁의 근본이다. 판사 비리가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고 비위 법관을 견제할 장치가 없는 데서 비롯됐다면 헌법의 한계 안에서 최대한 그 해결방안을 찾는 게 옳다. 무엇보다 법원과 검찰의 자체 정화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독립적 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어 외부에서 판검사 비리를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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