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에서 생계형 가계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니, 7월 한달 동안 저축은행에서 가계대출이 5924억원 늘어났다. 증가액이 6월의 2.5배 수준으로 2007년 12월 이후 사상 최대치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올 들어 7월 말까지 21.9%(약 3조원)나 불어났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 대출은 지난 7월 기준 평균금리가 연 11.2%로 시중은행 금리(2.96%)의 4배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이 많은 이자까지 부담하는 까닭에, 경기침체가 오래가거나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연체가 급증할 위험이 크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출 비중이 크지 않고, 아직 연체율도 높지 않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가계부채가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올 들어 7월까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전체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말에 견줘 8.5%나 늘었고, 은행에서도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라는 관점에서만 다루면 안 된다. 경제적 취약 계층의 채무 부담이 커지고, 그 결과 가계 파산이 크게 늘어난다면 이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초래한 것과 마찬가지의 정책 실패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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