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삼성전자의 ‘전량 리콜’ 결정으로 진정되는 듯했던 ‘갤럭시노트7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한국과 미국의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에게 ‘사용중지 권고’를 내렸고, 11일엔 이를 전세계로 확대했다. 지난 2일 발표한 리콜보다 훨씬 강도 높은 조처다. 삼성전자의 결정은 앞서 미국 연방항공청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각각 8일과 9일 갤럭시노트7에 대해 사용중지 권고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1조원이 넘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전량 리콜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소비자들과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구차한 변명 없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하게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국내외의 잇따른 사용중지 권고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주가도 9일 3.9% 급락한 데 이어 12일엔 7% 가까이 폭락했다. 작금의 상황을 돌이켜볼 때, 삼성전자가 리콜을 발표하면서 사용중지도 함께 권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랬더라면 추가 사고 발생을 막고 후폭풍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삼성전자 때리기’라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애플을 밀어주기 위해 갤럭시노트7에 과도한 조처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용중지 권고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 것으로 미국 정부를 탓할 일이 아니다. 음모론이 당장 화풀이는 될지 모르겠으나, 삼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되레 상황을 꼬이게 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삼성전자가 할 일은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태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불편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해 풀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사용중지 권고 발표 방식은 사려 깊지 못했다. 리콜 때는 고동진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번엔 인터넷 뉴스룸을 통해 공지사항으로 알렸다. 특히 주말이어서 이를 모르고 지나친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신뢰를 잃느냐 아니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삼성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12일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명실상부하게 삼성의 경영 책임을 짊어지게 된 그가 갤럭시노트7 사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