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는 최소한의 위로조차 거부해온 정권의 오만함과 그 ‘돌격대’로 나선 경찰의 뻔뻔한 태도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해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는 여당 인사들조차 답답해하는 불통 정부, 민생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무능 정부가 불러온 집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벼랑에 몰린 노동자·농민·시민들이 정권을 향해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당연한 권리다.
그럼에도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폭력을 이유로 한상균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 5년형을 선고받는 등 시위자들은 이미 처벌을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무고한 시민을 사경에 빠지게 한 사람들은 법적 책임은커녕 사과조차 거부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미 법원은 한 위원장 재판에서 “경찰이 머리에 물을 뿌리거나 쓰러진 시위대를 응급실로 옮기는 차량에까지 직사로 물을 뿌리는 등 위법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모두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으로 공권력 남용일 뿐 아니라 살인에 가까운 범죄행위다.
청문회에서 확인됐듯이 경찰은 현장 경험이 없는 경찰관에게 살수차를 맡기고, 가슴 아래 조준 등 안전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인권위가 2008년부터 두 차례나 살수차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도 경찰이다.
이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식 사과조차 거부했다. 현 정권의 책임자 누구도 사과는커녕 위로 방문조차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백남기씨와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로 경찰의 책임을 파헤치고, 살수차 운용 등 시위진압 관련 제도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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