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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라 유적 망치는 속도전식 발굴·복원

등록 2016-09-18 17:23수정 2016-09-18 17:28

박근혜 정부의 엉터리 문화유적 발굴·복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예산을 쏟아부어 속도전을 벌이듯 졸속으로 발굴 복원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예산이 없어 해야 할 발굴 작업도 못 하고 있다. 정부의 문화유적 발굴·복원 사업의 전면 재조정이 시급하다.

속도전 논란이 일고 있는 사업으로는 경주의 ‘신라 왕경 복원 사업’이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이 사업은 2035년까지 무려 1조5천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핵심 유적을 발굴·복원할 예정이다. 그런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이 사업을 경주시 산하기관과 민간 발굴업체가 사극 세트장 짓듯 졸속으로 벌이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단은 왕릉급 고분 5곳 이상을 5년 안에 파헤치겠다는 계획도 내놨는데 이런 마구잡이 발굴을 벌여도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

신라 왕경 복원 사업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월성 유적 발굴이다. 1천년 가까이 신라의 왕궁이 있던 월성은 여러 층의 유적이 겹친 곳이어서 신중하고도 정밀한 발굴이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 월성은 속도전식 발굴로 오히려 유적이 망가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주시는 여기에 왕궁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고증도 없이 엉터리로 복원해놓고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태도다. 경주 월정교가 이렇게 추측만으로 복원돼 역사 잃은 세트장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월성이 파헤쳐지고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경주의 가치가 오히려 훼손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예산의 편중이다. 지금 문화유적들 가운데 상당수가 예산 부족 때문에 제대로 발굴되지 못한 채 개발 논리에 휩쓸릴 위기에 처해 있다.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 사업터에서 나온 선사 유적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유적이지만 지자체가 발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판이다. 문화유적의 발굴과 복원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다. 정부는 예산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배분해 유적 발굴·보존의 최적화를 기해야 한다. 또 고고학·인류학 등 세부 전문가들과 시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날림 발굴·복원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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