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부장검사의 비리가 양파껍질 벗기듯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시절 금융기업 임원을 만나 정기적으로 술접대를 받고 해당 기업에 대한 검찰 동향을 넘겨준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검사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두 사람만의 일도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재확인되고 있다. 비대해진 검찰 권한과 동전의 양면 관계임은 물론이다. 검사 비리 척결은 검찰 권한을 대폭 줄이는 일과 병행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임을 역대 검찰개혁 실패 사례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검찰개혁은 다시 실종 위기에 놓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여야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야당 대표에게 “검찰이 자체 개혁하겠다고 하니 지켜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대검이 구성한 검찰개혁추진단의 결론을 지켜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수십년간 지켜봐 왔듯이 검찰이 자기 권한을 스스로 대폭 줄이는 만족할 만한 개혁안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검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1차 개혁안은 선임서 미제출 변론 금지와 변론 관리대장 비치, 암행감찰 등 비리 대책에 초점을 두었다. 앞으로 제도개혁티에프에서도 결과를 내놓겠다지만 공직자비리수사처나 수사권 이양, 검사장 직선제 등 획기적인 개혁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급적 올해 안에는 해보자는 생각”이라니 그 자체가 여론의 개혁 요구를 모면해보자는 시간끌기 의혹이 짙다.
여야는 최근 검찰개혁 방안을 법제사법위로 넘겼다. 여기엔 그동안 검찰개혁을 방해해온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검찰개혁 시도 때마다 검찰 기득권을 대변해 총대를 메고 저지해온 검사 출신 의원들이 즐비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까지 검찰 자체 개혁에 힘을 실었으니 이대로라면 개혁이 무망하다고 봐야 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이 과연 검찰개혁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제라도 별도 특위를 구성해서라도 검찰개혁의 고삐를 다시 조이지 않으면 여론의 망각 속에 개혁은 다시 물 건너갈 것이다. 그 책임은 여당뿐 아니라 우 원내대표 등 야당 인사들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