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확인된 ‘최경환 봐주기’ 검찰 수사, 다시 하라

등록 2016-09-22 17:34수정 2016-09-22 17:36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의 인턴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특혜 채용하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압력을 받은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21일 열린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의 법정 진술은 생생해서 더욱 충격적이다. 2013년 8월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 의원과 독대한 박 전 이사장이 “도저히 안 되니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최 의원은 “내가 결혼시킨 아이인데 그냥 해!”라며 합격시키라고 강요한다. 박 전 이사장이 “내년에 다시 한번 응시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거듭 말리는데도 최 의원은 “그냥 해!”라고 윽박지른다. 외압을 넘어 강압적 지시다. 세 차례의 점수 조작과 1차 합격자 수 확대로도 도저히 최종 합격선에 들어가지 못했던 최 의원의 인턴은 이런 강압 끝에 합격자로 둔갑했다. 정권 실세라고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전횡해도 되는가.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최 의원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은 진작에 확인됐을 것이다. 중진공의 핵심 실무책임자와 부이사장까지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이미 증언한 터였으니 밝히기 어려운 일도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심신이 지쳤고 (사실을) 말해도 청탁자(최 의원)는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박 전 이사장의 아니라는 검찰 진술만 앞세워 지난 1월 최 의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단 한 차례, 그것도 서면조사만으로 그런 결론을 내렸으니 애초 제대로 수사할 의지라도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처음부터 ‘꼬리 자르기’로 최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기에 그렇게나 엉성하고 노골적으로 ‘봐주기’ 수사를 했을 것이다.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는 검찰의 민낯은 이번 재판을 통해 다시 한번 만천하에 폭로됐다. 그런데도 부끄러워조차 하지 않는다면 검찰에는 더 기대할 게 없어진다. 검찰은 당장 최 의원 재수사에 착수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 의원은 거짓말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는 그동안 압력 행사는 물론 당시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사실까지 부인했다. 당시의 대화 상황은 누구라도 쉽게 잊기 힘든 장면이다. 그런데도 그는 “악의적 폭로와 일방적 보도로 고통받고 있다”고 되레 종주먹을 들이댔다. 뻔뻔하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다시는 이런 거짓과 은폐, 축소가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