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응 기조가 ‘출구 없는 무조건 강경’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 핵 문제 해법과는 거리가 있는데다 아전인수식의 태도마저 강해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23일(한국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박근혜 대통령의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윤 장관은 핵 문제 외에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연설 직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엄청난 돈을 낭비하면서 주민들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를 성토했다. 하지만 정부 역시 전형적인 인도적 사안인 북한 함경도 홍수 피해 지원을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정부는 나아가 민간의 대북 지원 움직임마저 비난하며 ‘지원을 어떻게 하건 독재자(김정은)에게 공이 돌아간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한다. 윤 장관은 연설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두고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또한 지나치다.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박탈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북한 스스로 유엔에서 탈퇴하더라도 핵 문제는 더 나빠지기가 쉽다.
박 대통령이 “북한은 더 이상 핵 포기를 위한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핵 문제 핵심 당사국의 정상으로서 무책임하다. 박근혜 정부는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를 시도해본 적이 없으며, 그사이 핵 문제는 극도로 나빠졌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대북 정책 실패를 호도하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미국 등 한반도 관련국들의 대북 대화 시도까지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대화를 위해 줬던 돈이 북한의 핵 개발 자금이 됐다”며 자신의 강경노선을 옹호한 것은 아전인수의 극치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할 때도 이런 주장을 했다. 남북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와 북한 핵 문제가 급속히 악화한 것은 박근혜·이명박 정부 8년 반 동안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경북 성주 배치를 결정해 핵 문제 해결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고 동북아 정세를 악화시킨 것도 박근혜 정부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추가 제재는 불가피하다. 북한 체제에 문제가 많은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전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이상 핵 문제는 결국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정부가 빨리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핵 해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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