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기네 당 국방위원장까지 ‘감금’한 새누리당

등록 2016-09-27 17:46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7일 국회 국정감사 참여를 선언했다가 자당 의원들에게 사실상 감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김 의원이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국감 복귀 의사를 밝히자 대거 국방위원장실로 몰려가 김 의원을 말리고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김 의원은 3시간 넘게 갇혀 있다가 국방위 국감 일정이 연기된 뒤에야 풀려났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의 대표자이자 헌법 기관이다. 소속 정당의 뜻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소신과 양심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김 의원의 국회 복귀 의사는 존중돼야 옳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시했다. 김 의원 감금 사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이 보이는 ‘집단적 이성 마비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김 의원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감금에서 풀려난 뒤 “국방위는 전쟁이 나도 열려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며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간밤에는 훈련 중인 우리 헬기 조종사와 승무원이 추락했는데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국방위 소집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북한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입만 열면 안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합심협력을 주장해온 것은 다름 아닌 새누리당이다. 백보를 양보해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는 몰라도 국방위만큼은 정상적으로 여는 게 집권당의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자격 미달 장관 한명 구하겠다고 안보를 완전히 내팽개쳐버렸다. 이러고도 앞으로 ‘국민의 안보의식 해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새누리당 내 대선주자들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의 소신 있는 행동과, 국회 보이콧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비박계 수장 격인 김무성 의원의 대조적인 태도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그는 이날도 김 의원을 찾아가 국감 복귀를 만류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오락가락하다가 정작 중요한 시기에 엉뚱한 길로 가는 그의 판단력 부재가 참으로 딱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