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7일 국회 국정감사 참여를 선언했다가 자당 의원들에게 사실상 감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김 의원이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국감 복귀 의사를 밝히자 대거 국방위원장실로 몰려가 김 의원을 말리고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김 의원은 3시간 넘게 갇혀 있다가 국방위 국감 일정이 연기된 뒤에야 풀려났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의 대표자이자 헌법 기관이다. 소속 정당의 뜻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소신과 양심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김 의원의 국회 복귀 의사는 존중돼야 옳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시했다. 김 의원 감금 사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새누리당이 보이는 ‘집단적 이성 마비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김 의원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감금에서 풀려난 뒤 “국방위는 전쟁이 나도 열려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며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간밤에는 훈련 중인 우리 헬기 조종사와 승무원이 추락했는데 아직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국방위 소집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북한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입만 열면 안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합심협력을 주장해온 것은 다름 아닌 새누리당이다. 백보를 양보해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는 몰라도 국방위만큼은 정상적으로 여는 게 집권당의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자격 미달 장관 한명 구하겠다고 안보를 완전히 내팽개쳐버렸다. 이러고도 앞으로 ‘국민의 안보의식 해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새누리당 내 대선주자들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의 소신 있는 행동과, 국회 보이콧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비박계 수장 격인 김무성 의원의 대조적인 태도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그는 이날도 김 의원을 찾아가 국감 복귀를 만류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오락가락하다가 정작 중요한 시기에 엉뚱한 길로 가는 그의 판단력 부재가 참으로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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