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어이 경북 성주군 롯데골프장을 새 사드 배치 터로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 7월 발표 때 성산 포대를 ‘최적의 부지’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성주 골프장을 ‘최적의 부지’라고 했다. ‘최적 부지’가 79일 만에 바뀐 것은 이 정부가 사드 배치라는 중대 사안을 놓고 얼마나 허둥지둥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더구나 국방부는 이런 국민적인 관심사에 대해 ‘공식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논란을 피해 보자는 저급한 꼼수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문제는 터만 성주군 안에서 이동했을 뿐 본질적인 것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성주 골프장은 매입할 경우 1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국회의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방부는 국회를 우회하기 위해 국방부 터와 롯데골프장을 맞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골프장을 매입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다. 사드 배치는 안보와 외교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국회에서 무겁게 논의되는 것이 마땅하다.
배치 장소를 조금 옮겼다고 해서 주변국들의 반발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 데일리>는 사드 배치 발표가 나기 직전인 지난 29일치 사설에서 사드를 배치할 경우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원한을 사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력 반대의 뜻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이토록 반발하는데도 지난 몇 달 동안 중국을 설득하는 데 조금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사드 배치 장소를 옮긴 핵심적인 이유는 성주군민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러나 터 변경으로 반발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다. 성주 골프장에서 가까운 김천은 진작부터 시민들이 대거 참가해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성주군민들의 투쟁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주 골프장 코앞에 성지를 두고 있는 원불교도 종단 차원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가 이런 반대를 힘으로 누르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드 배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고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중대사인 만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밀어붙이려 하면 할수록 사드 수렁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