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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기 증폭시키는 대통령의 대북 발언

등록 2016-10-02 17:23수정 2016-10-02 17:23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박 대통령은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을 향해 ‘대한민국으로 오라’고 대놓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공개 석상에서 북한 주민의 탈북을 촉구하는 말을 한 경우는 박 대통령 말고 없었다. 이런 발언은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어서 북한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부적절함을 넘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북한 체제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우리 헌법(66조)은 대통령에게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평화통일의 노력은 외면하고 갈등과 긴장만 키우고 있다. 대통령이 한반도 불안의 또다른 근원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혹시라도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해 잇따라 불거지는 정권 말기 비리 의혹으로 인한 위기를 모면하려고 외부의 위협을 증폭시키는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국군의날 경축사에서 “우리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북한의 핵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한 발언을 주시한다. 과거 박정희 정권이 실정과 부패에 대한 비판을 북한의 위협을 들어 탄압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위권적 방어 조처’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조차 ‘사드로 한국이 얻는 것은 거의 없고, 잃을 것은 너무나 많다’고 하지 않는가. 중국의 반발은 연일 강도를 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30일 “사드 배치에 결연히 반대하며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1일 <인민일보>는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중국인은 말하는 것을 지킨다”고 다짐하는 말까지 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척을 지고 한-중 갈등을 키워놓은 다음에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한다면 이제라도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 허황된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강경 발언을 거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국가 안위가 걸린 중대사를 국내 정치에 악용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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