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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부자거래 의혹’ 큰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등록 2016-10-03 18:07

국내 대표 제약회사인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파문이 일고 있다.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내부자거래 등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8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대박을 터뜨려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 종목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늑장 공시’ 등에 대해 해명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늑장 공시’ 등에 대해 해명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주식시장 마감 뒤인 오후 4시35분 미국 제약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호재에 힘입어 한미약품 주가는 30일 시장이 열리자마자 5% 이상 급등했다. 그런데 오전 9시29분 한미약품이 느닷없이 다국적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지난해 맺은 항암제 ‘올무티닙’의 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악재 공시가 뜨자 주가는 18%나 폭락했고 연중 최저치로 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게 29일 오후 7시6분이었다는 것이다. 현행 시스템상 30일 개장 전까지 충분히 공시할 수 있었는데도, 한미약품은 호재로 주가가 급등한 뒤에야 악재를 공시했다.

특히 30일 한미약품의 공매도량이 10만4327주로, 한미약품이 상장된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이 의심이 간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차익을 챙기는 투자 방법이다. 내부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해지라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불공정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는 주식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뿌리째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금융당국은 주식시장에 건전한 질서를 정착시킨다는 차원에서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엄정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무티닙을 투약한 환자 중 1명이 지난 4월 사망한 사실을 알면서도 5월 판매 허가를 내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식약처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의약품 전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4일 열린다. 올무티닙의 안전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 필요한 조처를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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