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누가 봐도 명명백백해 보인다. 물대포 충격이 촉발한 죽음이다. 당시 시위에 참여하다가 가공할 위력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상황을 담은 동영상과, 병원에 실려 와 처음 찍은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결과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의 주치의가 실수인지 기계적인 판정인지 모르지만, 그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쓰면서 논란이 되지 않을 문제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 주치의는 백씨가 지난달 25일 숨진 뒤 쓴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나 ‘기타 불상’이 아닌 병사로 적고, 뇌출혈의 하나인 ‘경막하출혈’이 원인이 되어 최종 ‘심폐정지’로 사망했다고 적었다. 경막하출혈이 왜 일어났는지가 핵심인데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심폐정지로 인한 사망이라고 했으니 가족 등 당하는 쪽에서는 수긍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최종적으로 심폐정지로 인한 사망이 아닌 죽음이 있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일반인의 눈에도 부실한 사망진단서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재학생과 졸업생 동문 수백명이 지난 30일과 1일, 그리고 3일 타 대학 의과생들이 잇달아 “이번 사망진단서는 기본적인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집단 의견을 발표했다. 요지는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백씨가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백씨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라는 것이다. 좀처럼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 의료 전문인들의 문제제기인지라 무게감이 남다르다. 실제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가 내놓은 지침을 보면, “호흡정지, 심폐정지, 호흡부전, 심장정지 등 사망에 수반된 현상만 기재하면 안 되며 구체적인 병명을 사용하라” “교통사고 손상의 합병증으로 사망했는데도 병사를 선택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되어 있다. 이를 보면 백씨의 사망진단서는 하지 말라는 것만 적은 꼴이다.
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3일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는 다르게 작성됐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외인사'라고 공언했는데도 주치의는 여전히 병사를 고수했다. 이런 어정쩡한 결론이 과연 설득력을 지닐지 의문이다. 서울대의대는 더욱 명확한 자세로 백씨의 사망 원인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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