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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언제까지 이런 ‘인재’ 되풀이해야 하나

등록 2016-10-06 16:49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국민안전처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사망 7명, 실종 3명 등 인명피해는 물론 주택 500여채와 상가 100여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침수 등 상당한 재산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단전·단수에다 도로 유실 등으로 겪는 유무형의 고통도 만만찮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해안을 덮치는 파도와 물에 떠내려가는 자동차 등 피해 상황이 속속 전달되면서 국민이 실감하는 공포감도 컸다. 만조 때와 겹친데다 강도도 셀 것으로 예고된 태풍이었으나 대비는 여전히 허술했고 결국 또 하나의 ‘인재’를 낳고 말았다.

이번 태풍에 앞서 기상청은 4일 차바가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47m인 매우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2007년 나리와 유사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국민안전처도 같은 날 오후 관련 부처와 각 시도의 부단체장들을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초속 30m 이상의 강풍과 최고 250㎜의 비가 올 것”이라며 해안도로 방파제 출입통제 등 대비도 주문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실제 태풍이 닥쳐 해일이 방파제를 넘고 댐이 넘치는데도 속수무책이었고 피해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울산시 울주군 태화강 상류에선 대암댐 물이 넘치면서 인근 반천현대아파트 길가에서 주민이 숨지고 차량 수백대가 물에 잠기는 동안 대피 안내방송조차 없었다고 한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가 50분 만에 수위가 1m 이상 오르자 뒤늦게 경보로 격상했다. 부산 감천항 등 방파제 부실시공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물바다가 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경우엔 3.4m 높이의 방수벽을 세우려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들 반발로 1.2m밖에 세우지 못한 탓에 피해가 컸다고 한다. 태풍 속에서도 수업을 강행했다가 침수되는 바람에 2층으로 대피했다는 경남 양산의 한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일각의 안전불감증을 말해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진피해 복구가 채 끝나기 전에 다시 태풍 피해를 당한 경북 경주 주민 등이 겪고 있는 고통도 안타깝다. 이번 주말 다시 폭우가 예보되고 있다. 피해 복구와 함께 인재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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