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추가경정예산을 2조6천억원 더 늘리고 예산 불용액을 3조2천억원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올해 남은 기간 재정지출을 6조3천억원 늘리기로 했다. 불과 한달 전 국회를 통과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서둘러 집행하고 있지만,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요 부족을 재정으로 보완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급조한 정책들은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엉터리 경제전망에 뒤이은 땜질 처방만 계속할 것인가.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면서 우리 경제를 위험한 길로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더 걱정스럽다.
경기 흐름은 매우 좋지 않다. 수출은 회복 기미가 없고, 7~9월 석달간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 넘게 감소하는 등 내수 소비도 좋지 않다. 8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2.4% 감소했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을 매우 낮게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엘지경제연구원은 2.2%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금은 건설투자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지만, 공급 과잉 우려로 건설투자가 빠르게 줄 것이라는 게 이유다.
실제로 건설경기 지표는 놀라운 수준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8월 지표를 보면, 공사 실적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3.6%나 증가했고, 건설수주는 54.6%나 증가했다. 정부가 8월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으나, 택지 공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집값이 급등하고 아파트 분양은 더 활기를 띠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니 민간소비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가 다시 뒷걸음질을 칠 때 상당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부는 내년 말 대통령 선거 때까지만 탈 나지 않게 이대로 끌고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건설투자를 대체해 내수 소비를 살리려면 가계의 소비 여력을 키울 정책이 필요한데,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그런 고민을 한 흔적이 없다. 그러면서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을 오로지 노동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 김영삼 정부가 취한 태도와 너무도 비슷하여 겁이 난다. 정부 경제전망이 4년 내내 틀렸으면 이제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에 귀를 열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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