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위기를 겪던 부산국제영화제가 6일 21번째 막을 올렸다. 갈등을 봉합하고 위기를 모면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영화 <부산행>의 배우 김의성씨가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레드카펫을 밟은 것은 부산영화제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부산영화제는 지난 7월 조직위원회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을 대폭 개정해 민간 체제 영화제의 틀을 갖추었다. 조직위원회를 이사회로 전환하고, 4년 임기의 이사장을 4년 임기의 이사 18명으로 꾸려진 이사회에서 추천해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또 ‘초청 작품과 초청 작가 선정은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로 꾸려진 선정위원회 고유 권한’이라고 정관에 못박음으로써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에 대한 영화인들의 불편한 시선이 다 가신 것은 아니다. ‘부산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 소속 단체 9곳 가운데 4곳만 영화제 보이콧을 풀었다. 이 때문에 <밀정>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 등 영화감독 다수가 이번 영화제 참석을 보류했다. 또 갈등을 겪는 와중에 준비 기간이 줄고 기업 협찬도 줄어 전체 규모가 축소됐다.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은 2014년 부산시의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력이 발단이었다. 그 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사실상 쫓겨나고 검찰에 고발돼 기소되기까지 했다. 영화인들은 영화제 성장의 일등공신인 이 전 집행위원장이 해촉된 데 대한 부산시의 사과와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의 토대는 자율성, 개방성, 독립성이며 이 핵심 가치들이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키워온 힘이다. 자율과 독립이 위협받을 때 영화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부산영화제가 영화인들의 열띤 참여 속에 진정한 축제로 커 가려면 이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산시의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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