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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경총 회장도 “기업 비틀어 돈 모았다”는데…

등록 2016-10-10 17:23수정 2016-10-10 19:26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미르재단 모금에 대해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서 돈을 모았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르와 케이(K)스포츠 모금이 얼마나 강압적이었는지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경총 회장이 그렇게 말하는데도 여전히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었다’고 주장하는 정부와 전경련의 행태는 도대체 뭔지, 그 후안무치한 태도에 할 말이 없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서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새로 만드는데 포스코에서 30억원을 내겠다고 한다. 이미 (정부가) ‘미르’라는 재단법인을 만들었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을 내는 걸로 굴러가는 것 같다. (포스코) 이사회에서 부결시키면 안 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 시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과 포스코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이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미르재단 파문이 터지자 “미르와 케이스포츠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박 회장 발언을 보면 기업들 역시 미르 모금에 불만을 갖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포스코 사례에서 보듯이 강압적 분위기에서 모금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관련 없다’고 발뺌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사안의 본질은 좀더 분명해졌다.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사외이사들에게 ‘이건 부결시키면 안 된다’고 호소할 정도로 강력한 외부의 힘이 무엇이었는지 그 실체를 가려내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안종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최순실·차은택씨 등 재단 설립과 모금에 개입했다고 알려진 이들을 국회로 불러내 진위를 따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중진인 정병국 의원조차 “문예진흥기금 모금에 관심도 없던 분들(기업들)이 어떻게 그런 거금을 모아서 또 다른 재단을 만들려고 했는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다”며 증인 채택에 찬성하지 않는가.

이젠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은 “근거 없는 의혹”이라 일축해 버리는 철면피 같은 태도로는 한치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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