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신 휴대폰 갤럭시노트7의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기로 했다. 제품에 흠이 있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환해준 새 제품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리콜 조처에 따른 손실도 크지만, 이번 일로 갤럭시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가 큰 것이 삼성전자로서는 더 뼈아플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11일 8% 넘게 폭락했다. 사태가 이에 이른 원인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8월 초 새로 출시한 갤럭시노트7 기기에서 불이 난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8월24일이었다. 삼성전자는 9월2일 배터리에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문제가 없는 새 제품으로 모두 교환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사태를 말끔히 수습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교환해준 새 제품에서도 잇따라 불이 났다. 배터리가 문제라던 삼성의 발표는 성급하게 내린 오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가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했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기업의 의사결정 체계에 무언가 큰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삼성전자는 처음 발화 문제가 제기됐을 때, 배터리 불량이 100만대당 24대꼴이라면서도 이미 출하한 250만대 전량을 새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주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소비자 단체도 이례적이며 혁신적인 조처라고 환영했다. 그 직후 삼성전자는 미등기 임원인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하는 안을 10월27일 주주총회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신호를 내비친 것이다. 사태 해결에 자신이 있어서였겠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되레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에서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임했는지 미심쩍게 만들고 말았다.
정부 당국의 미온적 조처도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10일 소비자들에게 갤럭시노트7의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단하라는 위원장 성명을 낸 뒤에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뒷북치듯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국토교통부가 “항공기에서는 갤럭시노트7 전원을 끄고 충전하면 안 되며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것도 금지한다”고 밝힌 것도 미국 항공기 안에서 발화 사고가 난 지 나흘 뒤였다. 소비자와 공공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기보다 기업의 눈치만 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정보통신이 발달해 인기 제품의 품질 불량 문제는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진다. 게다가 보호무역주의가 힘을 얻고 세계 각국이 각종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품질에 허점을 드러내고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회사의 존속마저 위태롭게 되는 시대임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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