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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흉포해진 중국어선 떼, ‘버럭 대책’으론 안 된다

등록 2016-10-12 17:06수정 2016-10-12 17:13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강경한 대책을 내놓았다. 단속에 저항하는 불법 어선에 필요하면 20㎜ 벌컨포와 40㎜ 함포 등 공용화기 사격으로 대응하고, 도주하는 어선은 공해상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내용이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중국 어선들을 그냥 둬선 안 된다는 여론에 발맞추려는 것이겠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실효성은 크게 의심된다. 이런 즉흥적인 버럭 대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공용화기 사용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현행 해양경비법에 이미 있다. 선체나 무기·흉기 등을 사용해 경비세력을 공격한 때는 개인화기 외에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필요한 한도에서’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등 제한 때문에 현실에선 거의 쓰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실제 단속 현장에선 웬만큼 급박한 상황에서도 소총·권총 등 개인화기 사용조차 조심스럽다. 이번 사건 때도 소총과 권총은 위협용으로 공중에만 발사됐다. 하물며 중화기 사용을 위해선 여러 단계의 보고·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고, 책임 논란이 벌어질 소지는 더 크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강경론은 허세일 뿐이다. 나아가 총기로 무장하지 않은 다른 나라 어선을 중화기로 제압하는 것이 국제법의 ‘비례성의 원칙’에 맞는지,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할 만한지도 의문이다. 선례가 없진 않다지만, 자칫 과잉진압 논란으로 외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어선의 횡포를 막을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인천해경의 경비함은 9척에 불과하고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그런데도 이번 정부 대책에는 단속 인력과 장비 증강 방안이 빠져 있다. 해경의 진압·전투 장비 관리 예산은 4년 전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러니 지난 5년간 불법 중국 어선 나포 비율이 0.07~0.08%에 그친 것이겠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 신설 방안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진작에 내년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말만 강하게 할 게 아니라 실제 역량을 강화하는 조처가 있어야 한다. 국민안전처 산하의 일개 본부로 위축된 해경의 위상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만하다. 무엇보다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결의 길을 넓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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