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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무원이 ‘최순실 앞의 파리 목숨’ 되는 나라

등록 2016-10-12 17:11수정 2016-10-12 17:12

2013년 최순실씨 딸이 출전한 승마대회 논란을 조사했다 좌천당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공무원 2명이 최근 강제로 공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공직사회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리에 연루되거나 징계를 받은 것도 아닌데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단지 대통령의 ‘비선 측근’ 때문에 옷을 벗었다면, 이 정부는 원칙과 규율보다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린다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청와대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공직 사퇴가 정말 강압적 지시에 의한 게 맞는지, 여기에 최순실씨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애초 이 사건은 3년 전 문체부의 국장과 과장이 최순실씨 딸이 출전한 승마대회 논란을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최순실씨와 반대쪽 모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런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과장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좌천 인사를 당해 한직을 떠돌다 올해 7월 비슷한 시기에 공직을 떠났다. 처음엔 저항했지만 결국 명예퇴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문체부에 퍼진 이야기다.

최순실씨는 아무런 공식 직위를 갖고 있지 않은, 박 대통령의 ‘비선 측근’으로만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사람에게 불리한 보고서를 올렸다고 해서 정부부처 국장과 과장을 좌천시킨다는 건 정상적인 정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직보다 비선을 중시하는 전근대적인 제왕적 인식을 대통령이 뿌리 깊게 갖고 있다는 증거다. 더구나 3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을 끝내 공직에서 쫓아냈다면 이건 누가 봐도 치졸한 보복이고 공무원 신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시기에 옷을 벗은 건 우연치고는 너무 기이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공직사회에 이런 소문이 쫙 퍼진 사실만으로도 현 정권의 도덕성과 신뢰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잘못된 걸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근거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도대체 누가 이런 정권을 믿고 열심히 일하겠는가.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최순실씨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를 받아들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공무원이 청와대를 국정의 사령탑으로 존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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