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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심해지는 대북 ‘말 폭탄’,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등록 2016-10-14 17:22수정 2016-10-14 20:35

우리 정부와 미국 주요 인사들의 대북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말 폭탄’ 공세라고 할 만하다. 강경해지는 대북 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측면과 더불어, 뾰족한 핵 문제 해법이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좌절감과 정책 결정 과정의 난맥상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 문제를 부각해 다른 국내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가장 앞장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는 13일 “북한 정권은 가혹한 공포정치로 북한 주민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모든 길을 열어놓고 (북한 주민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서다. 그는 지난 11일과 1일에도 북한 주민의 탈북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우리가 대화에 매달리는 것은 국민들을 위험에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골적인 북한 체제 흔들기다. 군 당국과 국방부도 유사시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내용의 참수계획과 선제타격 방안 등을 잇달아 언급하고 있다. 전쟁에 대비해 강력한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되풀이된다. 이들의 발언만으로 보면 북한 체제 붕괴 또는 남북 군사대결이 임박한 듯하다.

미국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핵 공격을 하면 그는 바로 죽는다’고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내용은 ‘북한의 핵 공격 시 괴멸적 보복’이라는 미국 정부의 원칙적 입장과 다를 바 없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해 ‘죽는다’는 표현을 쓴 것은 외교 상식을 벗어난다.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을 비롯해 미국 주요 인사들이 대북 선제타격을 언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선제타격에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따위의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선제타격론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경직된 태도를 보여준다.

말 폭탄은 실효성 있는 대안 모색에는 눈을 돌린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게다가 상대의 반발을 유도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대결 구도가 고착되고 말 공방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국지 충돌 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북한이 거친 언행을 보인다고 해서 우리 정부와 미국까지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미는 말 공세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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