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취임 이후 최저치인 26%로 떨어졌다. 특히 여론의 지표라 할 서울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고작 18%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 국민과 완전히 유리된 대통령, 국민 대다수의 손가락질을 받는 국가원수가 지금 박 대통령이 처한 초라한 현주소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온 각종 추문이 직접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최순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등 권력의 분탕질에서 풍겨 나오는 역겨운 냄새에 대다수 국민이 눈살을 찌푸린 결과다. 하지만 넓게 보면 그런 사건은 하나의 결정적 계기일 뿐, 지지율 수직 하락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한꺼번에 터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각종 악재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던 ‘콘크리트 지지율’이 급격히 허물어진 것은 박 대통령이 마주한 총체적 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지지율 추락을 받아들이는 박 대통령의 태도다. “일시적 현상”이라느니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할 일을 한다”는 따위의 말을 청와대 관계자들은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국민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 좀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바로 이런 태도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불통과 오만인데도 전혀 바뀔 기미가 없다.
청와대가 요즘 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 지지 받기를 아예 포기한 정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모든 일을 우격다짐으로 깔아뭉개고, 숨기고, 윽박지르기에만 골몰한다. 최소한의 상식도 외면한 막가파식 국정운영이다. 대통령 지지율 반등 따위는 체념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상태가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전통적 지지층마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등을 돌릴 정도다. 그러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앞으로도 계속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할 것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국정운영의 근원이자 동력이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를 뒷받침해주는 힘은 국민의 성원과 지지뿐이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은 그것을 포기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없는 상태에서 국정은 헛바퀴만 돌고 나라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박 대통령의 비극이 아니라 나라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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