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감청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13일 수사기관이 카카오를 통해 3~7일마다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제공받는 지금까지의 감청영장(통신제한조처 허가서) 집행 방식이 ‘위법한 증거수집’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관행이라며 무차별 감청을 계속해온 수사기관의 오랜 일탈에 제동을 건 것이다. 헌법은 ‘통신비밀의 자유’(제18조)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기본권의 제한은 법으로써만, 그것도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특히 강제수사는 법으로 정해진 것만 가능하다. 대법원은 이런 원칙에 터 잡아, 전기통신의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라 송수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듣거나 채록하는 방식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지금까지처럼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기록이나 남은 내용을 열어보는 것은 위법이라고 못을 박았다. 2012년에도 대법원은 “‘감청’이란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뤄진 경우만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전형적인 과거 자료뿐만 아니라 영장 발부 뒤 서버 내용을 나중에 수집하는 것도 ‘실시간’이 아니므로 위법이라고 한층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카카오는 판결 뒤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일을 다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2014년 수사기관의 잇따른 무차별 감청으로 불안해하던 이용자들이 외국 메신저서비스로 대거 ‘사이버 망명’을 하면서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감청영장 집행을 한때 거부한 바 있다. 그 뒤 회사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고 회사 대표는 별건 혐의로 기소됐다. 감청에 협조하라는 압박이 이어졌고, 결국 카카오는 1년 뒤 감청 협조를 재개했다. 이번 판결은 수사 편의를 앞세워 그렇게 법에 없는 감청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최종적인 판정이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은 더는 불법 감청에 협조하라고 윽박지르지 말아야 한다. 전기통신 사업자의 감청장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따위 법 개정 시도도 진작에 무산된 만큼 이젠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는 통신서비스 산업 발전의 기본 조건이다. 고객의 통신비밀이 함부로 누설될 수 있다는 위협만으로도 이용자가 줄고 투자도 주춤하게 된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이제는 분별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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