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소 앞에 붙어 있는 시세표.
강남 3구인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이 지난주 3.3㎡당 4천만원을 넘어섰다. 재건축단지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매맷값이 2억~3억원 치솟은 곳이 수두룩하다. 이달 초 청약 접수를 한 서초구의 아크로리버뷰 59㎡ A형은 43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에 부동산 투기가 불붙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엉뚱한 소리만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해 살펴봐야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전국적으로 지정하는 게 아니다. 특정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할 때 이를 안정시키고 투기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게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 자격 강화 등 긴급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지금 강남 3구의 상황에 필요한 대책이다.
상황 인식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다.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 때는 주택 공급 축소 방안을 내놔 되레 시장 불안을 키우더니, 16일엔 보금자리론 제한 방침을 발표해 실수요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정부는 보금자리론 대상을 연말까지 집값은 3억원 이하, 대출 한도는 1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현재 전국 평균 집값이 3억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보금자리론을 통한 주택 구입은 힘들게 됐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에 소극적인 이유는 자명하다. 부동산 말고는 달리 기댈 데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집값 띄우기’를 통한 경기 부양에 올인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자 집값이 뛰었다. 부동산 경기로 전체 경기를 지탱해왔다. 이런 탓에 집값이 내려가면 전체 경기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부동산 투기 역사를 되돌아보면, 강남 3구의 투기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가 퍼진다면, 이 정부의 경제 성적표 문제가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우선 강남 3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신속히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종합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