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김영식)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1심에서 부쩍 늘더니 항소심에서도 처음으로 나왔다. 사법부의 물줄기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는 신호다.
재판부는 무죄의 이유를 밝히면서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피고인들이 면제 등의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도 “국가가 현실적인 대책인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고 입영을 강요하거나 입영 거부에 대한 책임을 이들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처벌을 면할 ‘정당한 사유’라는 것이겠다. 재판부는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제한할 수 없다”며 “국가는 소수자의 권리 주장에 인내만을 요구하지 말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양심의 자유는 병역의 의무 등을 이유로 침해되거나 뒤로 밀쳐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재판부 말대로 매년 수백명씩 기계적으로 처벌을 양산할 게 아니라 “떳떳하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이들에게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 주장은 이번 판결 이전부터 거셌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후 여러 차례 한국에 대체복무제 등 대안적인 입법조처를 권고했다. 지난해에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을 즉시 석방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권고를 거듭 내렸고, 헌법재판소조차 2004년에 이미 국회에 대체복무제 입법 검토를 촉구한 터다. 변호사의 80%, 일반 국민의 70%가 대체복무제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근본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소수자의 인권은 다수결에 앞서 보장돼야 할 규범적 가치다. 아무런 범죄 예방 효과도, 국방력 유지 등의 정책적 의미도 사라져 존재가치가 의문시되는 처벌을 더는 고집하진 말아야 한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대놓고 반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몇년째 뒷짐만 져온 정부와 국회도 이제는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헌재와 대법원도 기본권 수호의 보루라는 본래 역할에 맞는 결정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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