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수백억원을 모금해 설립한 ‘케이(K)스포츠’ 재단이 사실상 최순실 모녀 뒷바라지를 위한 기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명망은 물론이고 변변한 이력 하나 없는 최순실씨 모녀를 위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수십억원씩 내서 재단을 만들어줬다니, 사실이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누구 하나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공익재단을 사실상 사유화한 최순실씨에 대해선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케이스포츠 직원들이 ‘주식회사 더블루케이(The Blue K)’ 직원을 겸하면서 독일에서 승마 훈련을 하는 최순실씨 딸을 지원했다고 한다. 한국과 독일에 동시에 세워진 ‘더블루케이’ 회장은 최순실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케이스포츠가 올해 초 재벌기업에 80억원대의 투자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그 프로젝트 주관사가 최순실씨 모녀가 대주주인 독일 현지 마케팅회사 ‘비덱스포츠’라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런 정황들로 보면, 케이스포츠는 말이 공익재단이지 사실상 최씨 개인회사와 다를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기구를 만들려고 대기업들을 ‘비틀어서’ 수백억원을 모았다니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의 오랜 ‘비선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그런 인사가 정부 부처와 대기업을 주무르면서 사익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마냥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덮어둘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오랜 측근인 최씨 모녀의 일탈을 일부러 눈감아준 건지, 아니면 국정운영을 위해 재단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최씨가 끼어들어 한몫 단단히 챙긴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든 박 대통령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정부 부처나 전경련이 최씨에게 꼼짝 못 했던 건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가족과 친인척 문제만큼은 깨끗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러나 오랜 측근이 권력과 돈을 탐하는 걸 막지는 못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최순실씨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하고, 진상을 국민 앞에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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