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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대 사태, 총장 사퇴로 끝낼 일 아니다

등록 2016-10-19 17:25수정 2016-10-19 19:56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9일 사퇴했다.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일방 추진으로 인한 학생들의 농성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관련 특혜 의혹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 총장 사퇴를 계기로 여러 의혹의 진실이 분명하게 밝혀져 130년 명문 사학이 거듭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 총장은 이대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자정능력을 갖춘 이화를 신뢰해달라”면서도 “입시와 학사관리에서 특혜는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 17일 교수와 교직원 등 구성원들에게 “일부 학사관리에 부실한 점은 있었으나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던 태도 그대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특정 학생에 대해서만 입학에서 학사관리까지 ‘우연’이 거듭됐다는 것인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쪽은 정씨 입학에 대해, 1단계 서류평가에선 국내 대회 입상 성적만 반영했고 2단계 면접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고려해 평가”했을 뿐 특정인을 뽑으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받도록 학칙을 개정해 소급 적용하고, ‘망할 새끼’ 운운하는 함량 미달 리포트에까지 B학점을 주는 등 정씨에게 부여된 특혜가 한둘이 아닌데 누가 학교 쪽 해명을 납득하겠는가.

학교 쪽의 17일 해명 이후에도 교수와 학생들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듯이, 국민 역시 최고권력의 비선 실세와 최 총장 등 학교 쪽의 유착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교육부의 올해 재정지원 사업 9개 중 이대가 8개나 선정된 것과 최씨 딸 특혜는 무관한 것인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장모의 거액 기부금은 또 뭔지 등 밝혀야 할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정씨는 재벌로부터 받아낸 수백억원으로 독일에서 초호화판 승마 훈련까지 받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씨가 이대에 합격한 뒤인 2014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는 글은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의 한 자락을 잘 보여준다. “돈도 실력”이라며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적었다.

이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상황이다. 새로 꾸려질 학교 지도부는 정치권력과의 유착과 특혜의 전말을 성역 없이, 낱낱이 파헤칠 막중한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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