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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미르·케이재단 설립 ‘몸통’ 사실상 시인한 대통령

등록 2016-10-20 17:37수정 2016-10-20 19:45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와 케이(K)스포츠 재단 논란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의혹의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 국정운영의 최고 사령탑이 이렇게 엉뚱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어떻게 총체적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설립과 모금, 운영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두 재단이 큰 틀에선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해, 청와대가 재단 설립을 주도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대통령의 이 말에서 왜 그렇게 대기업들이 서둘러 수백억원을 거뒀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대통령은 ‘재계가 주도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결국 두 재단을 둘러싼 파문의 책임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재단 운영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취지가 옳은 이상 운영 과정에서의 ‘사소한 문제점’은 바로잡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백번 양보해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해 두 재단을 만들었다는 대통령 해명을 받이들인다 해도, 최소한 운영만큼은 투명해야 했다. 하지만 두 재단, 특히 케이스포츠재단은 오랜 비선 측근인 최순실씨 모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운용됐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최순실씨 이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앞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민이 정말 궁금해하는 건, 이화여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정부 부처와 대기업들을 쥐락펴락했다는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 하는 점이다. “누구라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얘기만으론 검찰이 최씨를 제대로 수사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박 대통령 해명을 보면, 그의 묵인 아래 최씨가 재단 운영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더해줄 뿐이다.

거듭 말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에 대해 직접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콘크리트 같다던 고정 지지층마저 무너지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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