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일 경북대 총장에 김상동 교수를 임명했다. 교수들이 1·2순위 후보를 나눠 추천했는데도 2년2개월이나 끌다 결국 2순위 후보를 낙점한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을 모욕하고 우롱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밀실’에서 ‘비선’에 의지해 국정을 농단해온 박근혜 정부의 난맥상을 드러내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경북대는 2014년 대의원 투표를 통해 선출한 대로 김사열 교수를 1순위, 김상동 교수를 2순위로 추천했으나 교육부는 아무 설명도 없이 임명제청을 거부했다. 그러다 김사열 교수가 행정소송을 내 이기고 학생들도 교육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교육부가 경북대에 다시 추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대학은 추인투표를 거쳐 종전 결과대로 다시 추천했는데 결국 2순위 후보로 대통령 결재가 났다. 2년 넘게 학교를 혼란에 빠뜨려 놓고도 끝까지 교수들의 뜻은 존중하지 않은 셈이다.
정권 초기부터 아무 이유 없이 총장 임명을 보류한 곳이 수두룩하고 31개월째 공석인 공주대 등 4곳은 아직도 총장이 없다. 교육부는 “민감한 개인정보” 운운하며 ‘사유’도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네차례나 후보를 거부하며 23개월째 비워놓다 경북 구미 3선 의원 출신 친박 인사 김성조씨를 총장에 기용한 한국체육대 사례는 진짜 ‘사유’가 뭔지를 잘 보여준다.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거나 성명서에 이름 한 줄 올린 사례까지 샅샅이 훑어 거부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과정도 교육부는 허수아비이고, 정보기관 등이 작성한 자료까지 참조해가며 결국 청와대가 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우병우 맘대로’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규정한 헌법 제31조 4항을 어기고, ‘근거와 이유’를 밝히도록 한 행정절차법 제23조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정소송에서 줄줄이 지면서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건, 청와대와 교육부가 합작해 우리 대학과 교육을 망치고 학생들에까지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죄악이다. 대학의 비전과 발전계획조차 세울 수 없게 만든 자들의 책임을 반드시 그리고 엄중히 물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은 우리의 지성을 마비시킬 뿐 아니라 미래를 좀먹는 매국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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