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익히 예상하긴 했으나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행위다. 여야는 우 수석을 국회모욕죄로 고발하기로 했다는데, 당연한 조처다. 고발뿐 아니라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서라도 우 수석을 반드시 국회에 세워야 할 것이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툭하면 버티기로 일관하는 현 정부에 준엄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회를 얕잡아보고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는 못된 버릇을 고칠 수가 없다.
우 수석은 개인 비리 의혹뿐 아니라 인사 검증, 대통령 측근 관리까지 최근 논란이 된 거의 모든 사안에 연루돼 있는 고위 공무원이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말처럼 “진작 사임을 했어야 할 사람이고, 사임하지 않았으면 국회 출석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사임은커녕 공직자의 당연한 의무인 국회 출석까지 거부하니, 과거에 이런 청와대가 또 있었을까 싶다.
우 수석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전례가 없다는 점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불출석 사유로 들었지만 모두 사리에 맞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문재인·전해철 민정수석은 국정감사와 국회 운영위에 출석했다. 또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가 행정부 조직인 검찰보다 상위에 있는데, 검찰 수사를 핑계로 국회에 나오지 않겠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정말 전례가 없는 건 청와대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사표를 내지 않는 뻔뻔함이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우 수석의 국회 출석은) 대통령을 욕보이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 수석 때문에 모욕당하는 건 국회와 그걸 지켜보는 국민이다. 정부 각료와 대통령 참모는 누구나 국회에서 답변할 의무가 있는 건데 이런 원칙을 손쉽게 짓밟아버리니 그게 국회와 국민을 모욕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국회 출석을 거부하며 사표를 낸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유감스럽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지 않은가.
새누리당은 우 수석 고발엔 동의하면서도 동행명령장 발부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보다 시급한 건 우 수석을 국회에 불러내 의혹을 추궁하는 일이다. 국회는 우 수석을 국회 증언대에 세우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 청와대는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최저치 신기록을 경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헤아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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