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늦어지는 가운데 19·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외교·국방장관(2+2)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군사협력과 대북 압박 강화라는 기존 정책 기조를 되풀이했을 뿐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특히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소동’은 대북 접근 방식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두 회의의 결론은 대북 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굴복을 추구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본토와 같은 수준으로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새로 설치하기로 했으나 결정권이 있는 기구가 아니어서 유사시 실효성은 떨어진다. 두 나라 정부 차원의 북한인권협의체 발족과 대북 심리전 강화 등 대북 인권압력 수준을 높이기로 한 것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추구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안보협의회의 직전까지도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에 합의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으나, 공동성명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의 요청을 미국 쪽이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보면, 정부가 핵 문제 해법과 동북아 안보구조는 도외시한 채 자기중심적 사고에 매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략무기란 말 그대로 미국의 전략적 상대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무기를 말한다. 핵 공격력이 주된 내용임은 물론이다. 이런 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배치한다면 동아시아의 안보구조 전체가 바뀌고 북한 핵 문제도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도 이런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 요청과 이와 관련한 ‘언론 플레이’는 우리의 자체 핵무장까지 주장하는 국내 강경세력의 움직임에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 이런 정치적 접근은 북한 핵 문제 해법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안보협의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를 포함해 앞으로 (추가 조치가) 검토될 것’이라고 했다. 무책임한 태도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비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중심이 돼선 안 된다. 정부는 북한 핵 문제가 왜 이렇게 악화했는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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